DOTZ(닷쯔) 2000년 6월호 (창간호)
- 현재는 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_-;;

 방금전에 장황한 소개글을 쓰다가 날렸습니다.흑흑..그냥 간단히 씁니다.

 6월달 닷쯔라는 잡지에 이곳 주성치 전영공작실 사이트가 실렸습니다. 마침 인터뷰 하는 날 하이텔 주전공
 모임의 주성치 007 상영회가 있었고  그 상영회에 회원분들과 함께 인터뷰를 가졌었습니다. 글 읽기가
 불편하신 분은 직접 dotz 사이트 가서 보시거나 맨 아래에 올려놓은 잡지 스캔 파일을 다운받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2000년 7월 8일 올립니다.

 Happy Community 주성치 전영공작실
 
골방의 게으른 천국, 주성치 전영 공작실

 이 시대의 팬들은 자신들이 열광하는 스타가 스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들이 뭉쳐서 만든 팬클럽은  과거의 팬클럽처럼 즉흥적이고 감상적이지만은 않다. 팬클럽의 막강한 조직력은  
 이미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자기 소속 스타의 팬클럽  관리에 만만치 않는 돈을 투자하고 있는 사실로  
 입증된다.  그리고 이 팬클럽이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매체로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면서, 공통의 스타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세대나 국적을 초월하여 광범위한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해외 스타  팬클럽의 경우,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의 특성을 십분 이용해 전세계  구석구석에서
 퍼온 다양한 자료와 숨어있는  사이트들을 링크시켜, 자신들이 열광하는 스타의 출생의  비밀에서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캔들의 진위, 바로 몇 분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된 인터뷰의 내용을  국내의 어떤 공중파
 방송보다 앞질러 동지들에게 보고한다. 이들에게  이런 행위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당연한 의무이며
 스스로 우러나서 하는 충성의 표현이다.

 골방에서 몰래한 가슴앓이, 작은 모임을 형성하다
 현재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고 있는 꽤나 큰 국내 사이트들에서 스타 팬클럽의 숫자는 대략 2천 개를 넘어간다.  
 스타 팬 페이지로 꾸며진 개인 홈페이지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어 팬클럽 규모로 발전하게 된 것까지 포함하면,
 인기도의 고저를 떠나 국내외 왠만한 연예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상에서 자신들의  한국지부 팬클럽을
 하나쯤은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닷쯔가 주성치 전영공작실(www.hkstar.pe.kr/chowmain.html, 이하 주전공)을 팬클럽
 커뮤니티의 메인으로 삼은 것은 형평성에서 어긋나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자신이
 주전공 커뮤니티를 이 기사의 간판으로 내걸기 힘든 이유를 조목조목 댈 수 있다. 그 조목조목한 이유의
 중심에는 팬클럽의 존재 이유인 스타가 있고, 주전공의 경우에는 바로 주성치라는 인물이 그에 해당된다.
 주성치가 누구인가? 홍콩 영화판에서 그의 입지가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와 안나오는 영화'로 나뉠 정도이고
 헐리웃 영화 시장의 공세를 한풀에 꺾는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에서 그의 존재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산뜻한 귤이 물 한 번 건너면 쪼글쪼글한 탱자로 변한다. 그것도 국가 인지도가 낮아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착륙해서 말이다. 한국에서 그를 좋아한다는 건 왕가위
 영화에 출연하여 격조를 높인 장국영이나 양조위, 잘 생긴 금성무를 좋아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땅에서 그를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하는 것은 '우스운 놈!'이라는 인격적인 모독을 감당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팬클럽 커뮤니티는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성격의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동일한 스타를 좋아한다는
 사실 빼고는 별다른 명분이 없고, 있을 필요도 없다. 내가 어떤 배우, 어떤 가수를 좋아한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라이벌 스타의 극성 팬과 티격태격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독 주성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릴 때 멋모르고 자신이 주성치 영화를
 좋아한다고 떠벌이고 다니다가 철퇴를 맞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주전공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96년 여름
 하이텔의 작은 모임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팬클럽이기에, 닷쯔는 빵빵한 팬클럽들을
 미루고 우선 이 커뮤니티에 주목하기로 했다. 팬클럽 커뮤니티의 활동은 일차적으로 회원의 규모에서
 영향을 받는다. 주전공이 주성치 사랑 아래 모인 일당 백 소수정예라 해도, 회원수가 1000대를 넘어가는
 다양한 개성의 정보원들을 가진 팬클럽과 동등하게 보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회원 규모의) 양에 있어서나
 (주성치라는 스타가 한국에서 취급받는) 질에 있어서나 여러모로 폼이 안나는 이 커뮤니티, 그들은 모여서
 무슨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주전공, 인터넷에서 조심스럽게 꿈틀거리다
 
하이텔 한 구석에 모여 자신들만의 소우주 속에서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던 그들이 인터넷 상으로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99년 8월. 2천년이 되기 전에 주전공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자는 회원들의
 바램에, 열성회원 이지원 씨가 호주로 떠나면서 자신이 중학교 때부터 착실하게 모아 두었던 주성치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을 기증하게 되는 일이 맞물리면서, 당시에 가장 '한가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김철영 씨가
 홈페이지 제작을 떠맡게 되었다.주전공 소개 페이지에는 이 사이트의 목적이 주성치 개인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보다는 주성치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리스트' 메뉴에는 기존의 하이텔
 주전공이 확보하고 있던 주성치 영화 리스트를 비롯하여 홍콩영화전문지 <전영쌍주간>에 공개된 주성치
 영화 목록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에 출시되어 있는 비디오들은 캐스팅과 상영시간의 정보를 첨가하여
 따로 리스팅되어 있다.주성치 관련 이미지 자료는 주성치 어릴 적 사진부터 시작하여 신문기사 사진, 잡지
 표지 사진,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약 3백점이 올려져 있으며, 주성치 영화 OST 관련 정보와 구입 방법에 관한
 메뉴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기사 게시판'에는 국내외 신문과 잡지에서 발표된 주성치 관련 기사들이
 올려져 있고, 'KINO9908 주성치 특집기사'라는 메뉴에는 키노 기사를 그대로 스캔 받아 올려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국내 본격 영화 전문지에서 처음으로 주성치 관련 기사를 진지하게 다룬 것에 대한
 반가움의 표시인 듯한데, 알고 보면 키노에 자료를 기증한 이들도 주전공 회원들이다.라이브 폴을 실시하는
 이벤트성 메뉴로 '내가 뽑은 베스트'와 '여배우'가 있는데, 5월 14일자로 마감된 투표 결과에서 참가인원
 509명 중 67.6%의 지지율을 얻은 <서유기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이 1위를 차지했고, KINO에서
 주성치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식신>이 2위에 올랐다. 주성치와 가장 어울리는 여배우로는
 <서유기 선리기연> 에서 호흡을 맞춘 주인과 <신정무문>의 파트너 장민이 나란히 37.4%의 지지율을 얻어
 1위로 올랐으며, 최근작인 <희극지왕>의 여배우 장백지가 그 뒤를 따랐다.주전공 홈페이지가 급작스럽게
 네티즌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올해 2월 EBS 시네마 천국 방송을 타게 되면서이다. '홍콩 영화
 최후의 승자 주성치'라는 타이틀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날, 홈페이지의 방문자 수가 2천대를 넘어
 자신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이 사이트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정확한 회원수를
 집계하기는 어려운데, 200명에 달하는 하이텔 주전공 회원이 이 사이트의 고정 멤버라는 사실은 확실하고,
 하루 100명 이상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하라, 박해의 기억이 주전공의 힘이다
 5월 14일, 주전공이 주관하는 <주성치의 007>, <007 북경특급> 상영회가 있던 날, 이대 앞 '위니종정'이라는
 중국식 찻집에서 주전공 멤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15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는데, 그 정도면 이례적으로
 아주 많이 모인 것이라고 한다. 뭔가 솔깃한 기사거리를 얻고자 이것저것 물어보면 볼수록 기자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드는 기분이었다.사이트 운영자 김철영 씨는 2천년 1월 1일 이후로 제대로 업데이트를
 한 적이 없어서 잡지에 소개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첫 말을 열었다. 오프에서의 커뮤니티의 활동 상황을
 물어보자 상영회라는 것도 부정기적이고, 작년 여름에 MT를 가긴 했는데 딱 다섯 명이 참가했단다(그게
 핵심 멤버란다). 주전공 회원들의 연령대나 직업 등을 물어보자, 워낙에 회원들이 자기 신분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는데, 파악한 바로는 그 자리에 참석한 고1짜리 남학생이 최연소이며 30대
 중반 회원들도 있는 걸로 안다고 답한다. 의외인 점은 여자들이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걸로 알고 있는데, 주전공 회원 안에서는 남녀 성비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그렇다면 핵심
 멤버들끼리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특별히 하는 활동은 없느냐고 묻자, 다른 커뮤니티에 가면 핵심
 멤버라는 사람들도 다 불량 회원 취급을 받을 만큼 게으른 수준이라고 답한다.

 뭔가? 과연! 주성치 팬클럽의 핵심 멤버들 답다.

 주성치 영화의 특징이자 매력으로 빠짐 없이 언급되는 요소가 관객들이 (머리 속으로는 최악의 상상을 하며)
 설마, 설마 그 정도로 망가지진 않을 거야라고 가슴 졸이는 순간, 그 기대를 보기 좋게 저버리며 그대로
 망가져버리는 주성치의 뻔뻔함이다. 기자가 설마 설마 하면서 연속적으로 던지는 질문에 대한 그들 답의
 요지는 '알 수 없다, 별 거 없다, 게을러서...'의 다양한 애드립이었다. 사실 그런 대답을 듣는 것만도 매우
 힘든 과정이었는데, 대부분이 지극히 말을 아끼며 사이트 운영자 김철영 씨에게 대신 답을 떠맡기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기자도 뻔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주전공의 커뮤니티 의식은 있는가,
 있다면 뭔가라고 묻자 사람들이 하나 둘 말문을 열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박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고 썼다. 이지현 씨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주성치 영화를 권했다가 "너 취미가 고상한

 
위에 이지현님이 아니고 정지연님입니다.(하이텔 id : 초록짱이) 정정 부탁드립니다.
 줄 알았더니 괴상한 거였구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실 개인이 치명적인 내상을 입는 순간은, 자신의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거창한 부분이 아닌 고유의 취향을 무시당할 때이다. 이들은 주성치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받은 개인적인 기억들을 가슴에 묻고, 주성치 영화를 보는 자신의 모습을 골방
 속에 묻은 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주성치) 사랑이 죄인가요?' 라고 어디 가서 진지하게 토로하기도
 우스꽝스러운 답답함을 품고 살았던, 그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 익명의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
 또아리를 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커뮤니티 의식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엄숙주의는 가라,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해방감!
 그들이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박하다. 주성치가 맡은 영화 속의 캐릭터는 하나 같이 평범했다가
 나중에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이다. 혹여 초반에 쉽게 성공했다 하더라도 곧 밑바닥으로 내려앉고 만다.
 주인공은 다시 재기를 꿈꾼다. 그때 그가 쓰는 방법은 탁월한 능력이나 성실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황당무계한 것은 기본이고, 꽁수를 익혀서 어떻게 해보려는 자세다. 그들은 바로 이런 평범한 사람의 뻔한
 잔머리 굴리기, 눈 닦고도 영웅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이가 세상에서 승리를 거두는 꼴을 보고 싶은
 것이다.이들 중에도 처음에는 주성치 영화를 유치하게 생각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전공 멤버들은
 주성치 영화 이전에 코미디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코미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카타르시스는
 무엇인가? 그들은 스크린을 통해서나마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해방감이라고 답한다.
 주전공 커뮤니티에는 '정기' 모임도, '정기' 상영회도 없다. 그간 너무 소원했다, 이러다 얼굴 잊어먹겠다
 싶으면 '부정기'적인 모임이나 상영회를 갖는다고 공지를 걸어놓고, 나온 사람들끼리 만나는 선에서
 자족한다. 그들은 그들의 일생에서 주성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기적적으로 여기면서도,
 그것을 이유 삼아 서로에 대해 꼬치꼬치 호구조사하려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주성치
 매니아로서 서로가 가지는 뜨문뜨문하지만 내밀한 소통에 만족한다. 엄숙주의가 완전히 물러나는 세상을
 꿈꾸면서, 가끔은 쑥덕거리면서.    
                                              고나리 기자 rulrara@pc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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